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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떡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된다고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끈적한 찹쌀이 오히려 소화가 더 빠르고 혈당도 더 빠르게 올립니다. 저도 임신당뇨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직접 혈당측정기를 손가락에 찔러 가며 수치를 확인해봤을 때, 제가 상식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하나씩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혈당 지수, 숫자보다 조리법이 먼저입니다
혈당 지수(GI, Glycemic Index)란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높이 오르는지를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기준점은 포도당 50g을 섭취했을 때를 100으로 놓고, 같은 양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는 다른 음식과 비교합니다. 일반적으로 GI 70 이상은 높음, 55~69는 중간, 55 미만은 낮음으로 분류합니다.
경희대학교와 농촌진흥청이 공동 연구하여 2015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탄수화물 식품의 혈당 지수를 실측한 결과가 담겨 있습니다 (출처: 경희대학교·농촌진흥청, 2015). 이 자료를 보면서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 하나로 수치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흰쌀밥의 GI는 약 70입니다. 그런데 그 쌀을 가루로 내어 백설기로 만들면 GI가 81로 올라갑니다. 가루로 만들면 소화효소가 닿는 표면적이 넓어져 소화가 더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쌀을 물에 오래 끓인 흰죽은 GI가 무려 93에 달합니다. 같은 쌀인데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GI가 70에서 93까지 벌어지는 셈입니다.
결혼 전, 어머니께서 빈속으로 출근하지 말라며 미숫가루를 우유에 타 챙겨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땐 혈당 같은 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달고 든든해서 좋아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미숫가루는 이미 곡물을 곱게 갈아 만든 가루 형태라 소화·흡수가 빠르고, 거기에 단맛까지 더해져 있었으니 혈당에는 그리 유리한 조합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당시엔 몰랐지만, GI 개념을 알고 나서야 뒤늦게 이해가 된 부분입니다.
감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찐 감자의 GI는 94로 매우 높지만, 같은 감자를 기름에 부친 감자전으로 만들면 GI가 28까지 떨어집니다. 기름이 탄수화물 소화를 지연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GI를 낮추려고 감자전만 드시는 건 권하기 어렵습니다. 기름량이 늘어나면 칼로리가 급증하고, 고온 조리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입니다. GI 수치 하나만 보고 식품을 선택하면 다른 부분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는다 — 현미(GI 55) vs 백미(GI 70)처럼 도정을 덜 할수록 GI가 낮음
- 갈거나 튀기지 않는다 — 가루 형태는 소화 표면적이 넓어져 GI가 빠르게 오름
- 물을 많이 넣고 오래 끓이지 않는다 — 죽처럼 오래 조리할수록 소화가 빨라짐
- 채소·단백질·좋은 지방을 함께 먹는다 — 혼합 식사는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춤
임신당뇨 경험으로 배운 혈당부하지수의 진짜 의미
둘째를 임신했을 때 갑자기 임신당뇨 진단을 받았습니다. 입덧이 심해서 잘 먹지도 못했는데 왜 당뇨가 생기냐며 처음엔 억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담당 의사 선생님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임신 중에는 태반 호르몬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기 때문에, 평소 식습관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이해했습니다.
그때부터 자가 혈당측정기로 공복, 식후 1시간, 식후 2시간을 매끼 측정하는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가장 수치 변화가 컸던 건 저녁이었습니다. 큰아이와 남편 밥을 함께 준비하다 보니 한식 위주였고, 흰쌀밥 반 공기만 먹어도 식후 혈당이 확 치솟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반 공기면 많이 줄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중요해지는 개념이 바로 혈당부하지수(GL, Glycemic Load)입니다. 혈당부하지수란 GI에 실제 섭취한 탄수화물 양을 곱해 나눈 값으로, 쉽게 말해 "한 번에 실제로 얼마나 혈당에 영향을 주는가"를 나타냅니다. GI만 보면 고구마(GI 71)가 감자(GI 94)보다 안전해 보입니다. 그런데 70g 기준으로 실제 섭취량 안의 탄수화물까지 고려한 GL을 계산하면, 고구마가 감자보다 약 2.2배 높게 나옵니다. 결국 아무리 GI가 낮은 식품이라도 많이 먹으면 GL은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군고구마는 더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군고구마는 화롯불에 천천히 구워지는 과정에서 아밀라아제(amylase) —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소화효소 — 가 활성화되면서 내부에서 당분이 미리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같은 고구마라도 찐 고구마보다 군고구마의 GI가 훨씬 높습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음식을 무조건 참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족 중 당뇨 진단을 받으신 분은 치킨이 꼭 먹고 싶을 땐 튀김옷을 다 벗기고 드십니다. 먹고 싶은 걸 무작정 참기보다, 방식을 조금 바꿔서 즐기는 쪽을 택하신 겁니다. 저는 이런 현실적인 타협이 오히려 오래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면류에 대해서는 "라면이 나쁘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건 좀 다릅니다. 면 자체의 GI는 생각보다 낮은 편입니다. 칼국수 GI 48로, 그리 높지 않습니다. 문제는 한 번에 먹는 양입니다. 라면 한 봉지 120g 기준으로 50g 탄수화물을 맞추려면 봉지의 60% 수준인데, 실제로는 한 봉지를 다 먹고 거기에 밥을 말기도 하죠. 임신 기간에 식사 후 무조건 30분 이상 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걷기는 식후 혈당을 낮추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저희 집 밥 짓는 방식이 바뀐 이유
가족 중 당뇨가 있으신 분은 처음엔 거의 현미밥에 고기 위주로 드셨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고기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고 합니다. 구워 먹는 것보다 데쳐 먹었을 때 수치가 더 안정적이었다고 하셨습니다.
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00% 현미만 고집하는 대신, 지금은 흰쌀 절반에 보리와 현미를 섞어서 한꺼번에 지어둡니다. 지은 밥은 바로 먹지 않고 냉장고에서 하루 보관한 뒤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데워 드십니다. 이 방식으로 바꾼 뒤에도 혈당 수치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방식은 나름 이치에 맞는 습관이었습니다. 밥을 지은 뒤 식히거나 냉장 보관하면 전분의 구조가 변하면서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항성 전분이란 소화효소로 잘 분해되지 않아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는 전분을 말하는데, 이 때문에 갓 지은 뜨거운 밥보다 식혔다가 다시 데운 밥이 혈당을 덜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효과의 정도는 밥의 종류나 보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절대적인 수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현미밥이 무조건 흰쌀밥보다 혈당에 좋은가요?
A. GI 수치만 보면 현미(55)가 백미(70)보다 낮습니다. 다만 현미 100%를 고집하는 것보다 흰쌀·보리·현미를 섞어 짓고 냉장 후 데워 먹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희 가족의 경우 이렇게 바꾼 뒤에도 혈당 수치에 큰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식사 지속성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Q. 고구마가 감자보다 혈당에 좋다는 게 정말인가요?
A. GI만 보면 고구마(71)가 감자(94)보다 낮아 그렇게 알려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70g을 먹었을 때 혈당부하지수(GL)는 고구마가 감자보다 약 2배 이상 높습니다. 적은 양을 먹는다면 고구마가, 같은 부피로 먹는다면 감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 더 정확합니다. 특히 군고구마는 GI가 찐 고구마보다 훨씬 높으니 조리법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 임신당뇨가 생기면 밥을 아예 끊어야 하나요?
A. 저는 임신당뇨 당시 아침을 플레인 크래커와 우유로 바꾸는 방식을 택했고, 점심과 저녁은 탄수화물 양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절했습니다. 밥을 완전히 끊기보다 양을 줄이고 단백질·채소와 함께 먹는 혼합 식사가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효과적이었습니다. 식단 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 후 개인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좋아하는 음식을 완전히 끊어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은 치킨이 먹고 싶을 때 튀김옷을 벗기고 드시는 식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아예 참기보다 방식을 조절해서 즐기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금지하기보다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결론
혈당 지수(GI)와 혈당부하지수(GL)는 음식 자체보다 어떻게 조리하고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훨씬 크게 달라집니다. 임신당뇨를 직접 겪으면서, 그리고 가족의 혈당 수치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제가 확신하게 된 것은, 특정 음식을 완전히 끊거나 '좋다'는 음식에 집착하는 극단적인 방식은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무엇을 먹느냐에 앞서 어떻게 조리하고 얼마나 먹을지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자신에게 유독 수치를 크게 올리는 음식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연속혈당측정기(CGM) 또는 자가 혈당측정기를 활용해 본인의 반응 패턴을 직접 파악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